동아일보 백주년 - 동백나무

이승엽
camellia on the table
camellia under the sun
camellia behind the sun
camellia through to 3F
camellia stay
동아일보 백주년을 맞이하여
동백나무는 추운 겨울을 버티고 버티어 4월에 꽃을 핀다. 두텁고 윤채가 나는 잎은 어긋나게 달리는 것이 마치 우리네 삶과 닮아있다.
추운 겨울에는 나비나 벌이 나올리 만무하고, 바람에 꽃가루를 날리지 않는 동백나무는 동박새가 꽃가루를 옮겨주는 ‘조매화’이다. 동박새는 동백꽃의 꿀을 즐긴다. 어떤 인연일까. 동박새만이 동백을 퍼트리니 말이다.
이는 동아일보 백주년의 앞 두글자로 동백을 선택했다고만 할 수 없는 이유이다. 오랜세월 한 곳에 자리했고 많은 이들의 눈과 귀가 되어주었으며 한국의 지나온 역사와 삶을 기록하고 있는 동아일보, 어찌보면 동백과 동박새가 만난 것처럼 동아일보 백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동백나무를 선택한 것이 아닐까.
식물들은 저마다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화려하진 않지만 환경에 따라 각기 다른 수형으로 자란 나무 들의 선이 아름다운 야생초목을 작업한다. '후반작업(後半作業)'을 통해 그 선과 얼굴을 찾아준 나무 들은 분재화하여 그 형태와 아름다움을 오랜시간 볼 수 있다.
이번에 작업한 동백은 잎이 두툼하고 끝이 내려가 있으며 가지는 좌우로 뻗거나 위로 솟아있다. 특히나 잎은 일정하지 않고 구부러짐이나 휨 정도가 다르고 색이 진하여 저마다의 개성을 가지고 있지만 때론 그 모습이 슬퍼보인다. 이는 볼수록 우리 민족과 닮았다. 동아일보는 우리 민족의 ‘대변자’이자 ‘일부’임을 말한다.
‘후반작업’으로 완성된 동백나무는 동아일보 최초의 사옥인 ‘일민미술관’의 시간을 간직하고 있는 장소에 놓인다. 그 장소에서 지나온 동아일보의 세월을 간직하는 동시에 새로운 햇살을 맞이한다. 일민미술관에 위치한 초대 사장 ‘김성수’의 사장실과 옛모습을 간직한 건물 내부의 계단, 카페에 남겨져 있는 옛기둥과 벽 주위에 놓여있다.
동백나무는 오랜세월이 지난 공간의 작은 일부처럼 보여지며 이는 동아일보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의미한다. 세월을 머금은 공간은 과거, 100주년을 맞이한 동아일보의 현재에 동백이 놓임으로써 그 둘을 이어주는 동시에 미래를 열어주는 매개체가 된다. 창문을 통해 들어온 밝은 빛은 계단을 통해 내부를 밝히고 그 빛이 다시 창을 통해 세상 밖으로 뻗어나간다. 이 빛에 언론사가 대중들로 하여금 세상을 올바르게 볼 수 있게 하는 ‘민족주의’, ‘민주주의’, ’문화정신’이 담겨있길 기대해본다.


이승엽 SASAMAC
가드너
@sasamac.kr

“야생초목을 소개하는 가드닝 스튜디오”

모래사막을 뜻하는 ‘사사막’은 ‘야생 초목’을 중심으로 다양한 식물을 소개한다. 작은 나무들 저마다의 얼굴을 찾아내는 ‘사사막’에서는 메마르기 쉬운 각자의 사막에 싱그러운 이야기를 심어내고자 한다.